근래 본 영화 중 가장 충격적인 영화이다. 요즘 쇠약한 정신 때문인지 프레이저의 황금가지를 읽고 있어서 인지 모르겠지만 그가 여친의 집을 방문했을때 제물로 바쳐질 것이란 느낌이 왔었다. 감독이 표현하고자 하는 공포는 너무 잘 느낄 수 있었다. 영화를 보고 난 후에도 충격이 가시질 않았다 다만 영화를 보면서 백인들 중에 그래도 괜찮은 사람이나 선한 사람이 있어서 주인공을 도와주었으면 하는 기대가 있었는데 감독은 그걸 무참히 부숴버렸다. 극한 공포와 차별의 환경 속에서 그가 믿을 수 있는 사람은 진실로 누구일까? 영화 속에서 주인공에게는 단순히 누군가 흑인이라고 믿을만한 사람이 되지 못한다. 그 안의 영혼이 변질된 외부의 것이기 때문이고 뭔가 그냥 이상하기 때문이다 관객인 나는 마지막에 경찰차를 타고 온 흑..
이야기는 과거에서 시작한다. 아, 물론 1987년의 이야기말고 나의 이야기. 예전의 나는 인간을 행동하는 자와 행동하지 않는 자로 구분했다. 왜 그랬는지 기억나지 않지만 아마 나는 나를 행동하지 않는자에 포함시켰을 것이다. 선을 그어놓고 경계 너머의 저 세상을 동경했던 것인지 나의 고상함에 취해 경계를 고수했던 것인지 이제는 잘 기억나지 않는다. 다만, 내가 게으르고 무딘 사람이었다는 기억만 확실하다. 아, 물론 이것도 현재의 이야기. 다만 약간의 다른 게으름이랄까. 과거의 게으름은 마치 대낮의 거리를 쏘다니는 길고양이의 한가로운 게으름이 아니었다. 그것은 마치 어느 시골 대장간 구석에 먼지가 수북히 쌓인 오래된 망치의 게으름이었다. 본디 망치는 스스로 게으를 수 없다. 망치의 게으름은 대장장이에게 달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