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1987를 보고
이야기는 과거에서 시작한다. 아, 물론 1987년의 이야기말고 나의 이야기. 예전의 나는 인간을 행동하는 자와 행동하지 않는 자로 구분했다. 왜 그랬는지 기억나지 않지만 아마 나는 나를 행동하지 않는자에 포함시켰을 것이다. 선을 그어놓고 경계 너머의 저 세상을 동경했던 것인지 나의 고상함에 취해 경계를 고수했던 것인지 이제는 잘 기억나지 않는다. 다만, 내가 게으르고 무딘 사람이었다는 기억만 확실하다. 아, 물론 이것도 현재의 이야기. 다만 약간의 다른 게으름이랄까. 과거의 게으름은 마치 대낮의 거리를 쏘다니는 길고양이의 한가로운 게으름이 아니었다. 그것은 마치 어느 시골 대장간 구석에 먼지가 수북히 쌓인 오래된 망치의 게으름이었다. 본디 망치는 스스로 게으를 수 없다. 망치의 게으름은 대장장이에게 달려..
영화
2018. 3. 22. 20:44